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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왜 죽음을 택했나] '한달새 3명'…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50대 경찰관

(上) 그들은 만년 경위였다
인천 경찰공무원 중 경위 36% 경감 407명 불과 인사적체 심각
경찰대 출신 등에 밀려 박탈감 대부분 베이비붐 세대 퇴직 눈앞...승진 막히고 재취업 걱정에 우울증

강정규 2017년 12월 13일 수요일

 ‘민중의 지팡이’가 우울하다.
최근 한 달 사이 인천지역 경찰관 3명이 잇따라 목숨을 끊는 전례 없는 일이 벌어졌다. 모두 경위라는 경찰의 중간관리자 직급이었고, 우울증과 공황장애 등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다. 이들은 베이비붐 세대인 50대로 한 가족의 가장이자 정년을 바라보는 ‘만년 경위’였다. 경찰 내부에서는 최근 잇단 비보에 대한 원인을 놓고 인사적체, 현장업무 스트레스, 경찰 내부 카르텔 등이 거론되고 있다. 만년 경위의 실상을 분석하고 경찰 조직 개혁을 위한 전문가의 제언을 들어본다.


▶그들은 ‘만년 경위’였다

베이비붐 세대, 순경 출신, 경위.

최근 인천지역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찰들의 공통점이다.

이들은 모두 50대로 1988년~1990년 순경으로 경찰에 입문했다.

이들 모두 우울증 등을 앓았다는 점이 부각됐지만 경찰 내부에서는 순경 출신 유리천장, 불합리한 조직 문화, 현장의 높은 업무 강도 등이 원인으로 거론된다.

베이비붐 세대 경위들은 승진의 한계, 퇴직 이후 불투명한 미래, 가장의 책임이라는 ‘삼중고(三重苦)’를 겪고 있다.

극단적 선택을 한 이들이 갖고 있는 공통점이 우연이 아닌 경찰 조직의 해묵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12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전국 경찰공무원은 11만7천683명으로 2015년 11만1천338명에서 3년 사이 6천345명 늘었다.

이 중 경위는 4만5천837명으로 전체 경찰의 39%를 차지했다.

경위 아래 계급인 순경과 경장을 합친 3만4천597명보다 1만명 이상 많았다.

반면 경위 위 계급인 경감은 8천874명에 그쳤다.

인천도 사정은 비슷했다.

인천지역 경찰공무원 5천876명 중 경위(2천101명)가 차지하는 비율은 36%로 나타났다.

경감은 407명에 불과했다.

통상 근속 10년 이상 경위 중 30%만 경감으로 진급한다는 사실에 비춰 볼 때 경찰 조직의 인사적체는 심각한 상태다.

전체 경찰 중 경위 이하 직원이 90%를 차지하는 첨탑형 구조 때문에 경위의 경감 진급은 ‘하늘의 별 따기’다.

문제는 80년대 후반 90년대 초 순경으로 경찰에 입문한 50대인데, 승진은 어렵고 퇴직 이후의 삶은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30년 이상 근무한 경위가 퇴직 후 받는 연금은 200만 원대로, 상당수는 경비원과 청원경찰 등으로 재취업해 생계를 유지하는 실정이다.

베이비붐 세대 경위들이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는 경찰대와 간부후보생 출신 사이에서 근무하는 것도 문제로 지목된다.

50대 경위가 경찰대나 간부후보생 출신 20대 경위와 일하거나 아들뻘 경감 밑에서 근무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2014년부터는 로스쿨 출신까지 특채를 통해 경감으로 임용되면서 베이비붐 세대 경위들의 설자리는 줄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경위들은 ‘성골’인 이들이 일선 경찰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한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경찰 조직의 우울함은 통계로도 나타난다.

경찰청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찰은 지난해까지 총 100명으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 순직자 79명보다 21명이 많다.

상황이 이렇지만 경찰청이 내놓은 대책은 형식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경찰청은 퇴직을 5년 앞둔 55세 경찰들을 대상으로 퇴직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프로그램 내용이 영농생활, 굴삭기 면허 취득 등 현실과 동떨어졌기 때문이다.

지역의 한 지구대 소속 A경위는 “승진은 어렵고 퇴직은 다가오는데 가족들을 생각하면 (그들이) 얼마나 답답했겠냐”면서 “다들 정신적으로도 힘들었다고 하는데 남의 일 같지 않다”고 했다.

노병만 가야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업무 특성상 경찰로 근무하는 동안에는 일반 사회와의 관계가 단절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상황에서 퇴직하면 사회에 적응하기 어렵다. 퇴직교육프로그램을 현실에 맞게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강정규기자/jeongkyu9726@joongboo.com

▲ 사진=연합(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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