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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연의 풍수기행] 망국의 단초였나…가야산 남연군 묘

정경연 2017년 10월 12일 목요일

풍수지리는 땅을 보고 길흉을 판단하는 학문이다. 땅을 어떻게 볼 것인가? 간혹 도사라 칭하며 땅 속을 유리관처럼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사람이 나타난다. 믿어야 될지는 모르겠지만 학문적이지는 않다. 흔히 풍수지리는 주관적이기 때문에 사람마다 달리 해석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풍수지리는 이론체계가 분명하게 있다. 이론을 제대로 적용하면 누가 보아도 똑같은 결과가 도출된다. 물론 세부적인 것에서는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큰 틀에서는 결과가 반대로 나오지는 않는다. 풍수지리 이론 체계는 지리오결인 용·혈·사·수·향이다. 이를 남연군묘에 적용해본다.

용은 산맥을 말한다. 이곳 산맥은 금북정맥이다. 백두대간 속리산에서 한남금북정맥으로 분지하여 안성 칠장산에서 보령 오서산을 거쳐 가야산으로 이어져 온 것이다. 묘 뒤로 보이는 좌측 봉우리가 가야봉(678.2m), 가운데는 석문봉(652m), 우측은 옥양봉(621,4m)이다. 남연군묘의 주룡은 석문봉부터 큰 변화를 하며 내려온다. 이 과정에서 험한 바위산이 순한 흙산으로 변한다. 특히 과협처를 지난 다음은 구릉지로 변했으며 그 변화가 활발하다. 이는 기가 세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남연군묘가 천자지지가 되는 이유다.

혈은 용을 따라 전달된 지기가 모인 장소다. 대개 용 끝자락에 맺는다. 남연군묘도 끝자락에 있다. 혈은 뒤에 입수도두, 양옆에 선익, 앞에는 순전이 있다. 이들이 있어야 기가 흩어지지 않고 모일 수 있다. 묘 앞에 박혀 있는 암석들은 요성(曜星)이라고 한다. 기가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 준다. 『지리인자수지』에서는 요성이 있으면 귀한 자리라고 했다. 오른편에 네모난 요성은 임금의 옥쇄처럼 생겨 어보사라 한다. 일제가 조선 왕기를 꺾기 위해 깨버렸지만 지금도 원형은 남아 있다. 제왕지지에서 어보사는 필수다.

사는 혈 주변에 있는 산을 말한다. 바람을 막아 기가 흩어지지 않도록 하고, 혈의 구체적인 발복을 나타낸다. 이곳이 천자지지가 되려면 주변 산세가 왕의 물품을 상징하는 것들이 있어야 한다. 혈 뒤의 금북정맥은 임금의 병풍을 친 것처럼 생겨 어병사라고 한다. 주산인 석문봉은 가운데 있는데 천자가 앉아 있는 형세다. 가야봉과 옥양봉은 천자를 좌우에서 호위하는 무관으로 좌천을·우태을이라고 한다. 좌청룡과 우백호에 있는 수많은 산봉우리들은 임금 앞에 도열한 신하들로 본다.

이곳의 문제는 청룡과 백호가 지나치게 강한데 있다. 산이 혈에 비해 너무 높고 험준하다. 산들이 혈을 향해 공손하게 읍하듯 있어야 하는데, 공손하기는커녕 혈을 위압하듯 있다. 자세히 살피면 능선과 골짜기가 혈을 치듯이 있다. 마치 신하들이 임금을 괴롭히는 모습이다. 청룡 백호 끝도 혈을 향하지 않고 밖으로 살짝살짝 빗겨가고 있다. 신하들이 딴청을 피우며 마지못해 서 있는 꼴이다. 청룡과 백호가 서로 교차하지 못하고 앞이 열려 있다. 더구나 앞을 막아주는 특별한 안산도 없다. 기가 앞으로 빠져나가기 마련이다. 천자가 나왔지만 2대에 그친다는 말은 이 때문에 나왔을 것이다.

넷째 수는 용 좌우와 혈 앞으로 흐르는 물을 말한다. 혈 뒤에서는 갈라지고, 앞에서는 합하는 것이 좋다. 석문봉 좌우 골짜기에서 발원한 물은 용을 양쪽에서 호종하며 흘러내려온다. 우측의 물은 가야봉에서 발원한 물과 합수하여 상가저수지를 이루고, 남연군묘를 지나 좌측에서 흘러내려온 물과 합수한다. 혈장 아래 마을 쪽에서 물의 하합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용맥이 멈추고 혈을 맺었다. 그러나 물이 혈을 유정하게 감싸주어야 좋은데 이곳은 두 물이 강하게 만난다. 또 두 물이 만나는 합수처가 혈에서 가까워야 하는데 상당히 멀다. 이 경우 보국내의 기가 보전되지 않고 외부로 빠져나간다. 남연군묘의 발복이 오래가지 못하는 이유가 된다.

다섯째 향은 묘가 바라다보는 정면이다. 산을 등지고 물이 내려가는 쪽을 바라보고 있다. 풍수에서 향은 하늘의 기운을 받아들이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앞쪽이 트여야 한다. 남연군묘는 앞이 훤하게 열려 있어 햇볕은 물론 밤에 달빛과 별빛이 잘 든다. 수구의 방위는 진이고 물은 우측에서 좌측으로 흐르는데 건좌손향이다. 향법으로 자생향이라고 하는데 매우 길한 향이다.

남연군묘는 천자지지라 할 만큼 용·혈·향은 좋은 곳이다. 그러나 사와 수는 용혈을 제대로 보호하지 않고 오히려 위협적이다. 이로 인해 발복이 오래가지 못한다고 할 수 있다. 풍수지리는 용혈사수향 다섯 가지 요소를 조화롭게 갖추어야 한다. 그래야 발복도 오래간다.

형산 정경연 인하대학교 정책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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